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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드림핵 달라스 ESL Spring 직관 후기 3일차

희열이 2024. 6. 7. 07:52

오늘은 가벼운 마음으로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사고 싶은 것도 다 샀고 먹고 싶은 것도 다 먹어봤기 때문에 오늘은 4강과 결승에 올라갈 조성주 선수 응원만 하면 되는 날이었다. Artist Alley를 돌아보면서 꼭 사고 싶어지는 물건이 아니더라도 하나하나 눈요기하는 맛이 쏠쏠했기 때문에 오늘도 오픈 시간부터 줄을 서서 들어갔다. 1시간 정도 짧게 구경하고 스타 2 경기장 쪽으로 향했다. 그때 해설진과 이번 오프라인 대회 진행자 사인회가 진행 중이었다. 사실 아무도 잘 몰랐지만 한국 선수가 많았기에 한국어가 가능한 진행자가 진행을 맡았는데 그분과 대화도 나눠볼 겸 줄을 서서 사인을 받았다. William Cho라는 분이었는데 어려서부터 미국생활을 하셔서 방송데뷔부터 미국에서 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GSL 같은 한국 대회경험은 없다고 하셨다.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김준호 선수라고 하셨는데 이유는 인터뷰를 진행할 때 가장 재미있어서라고 하셨다. 

가운데 사인이 William Cho의 사인이다


 
사인을 다 받고 나니 게임이 시작하기 1시간 정도 전이었다. 하지만 앞줄 중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거의 한 시간 전부터 앉아서 기다리기 시작했다. 이번 이벤트에서 또 하나 해보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 바로 큰 도화지에 응원문구를 크게 그려서 카메라에 찍히게끔 해서 방송출연을 해보고 싶었다. 이런 걸 해보는 게 처음인지라 조금 부끄러워서 많이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집에 와서 확인해 보니 내가 만든 응원문구는 정말 조그마하게 잘려서 나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계속 흔들 어제 껴야 방송에 간신히 나올 수 있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박령우 선수의 사인


 
아무튼 4강 경기는 조성주와 박령우 선수의 대결이었다. 세계최고는 세랄의 저그가 있지만 한국 최고의 저그는 현시점 박령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5.5 대 4.5 정도로 조성주선수가 유리하지 않을까 싶었다. 처음엔 2대 0으로 이겼지만 2대 1로 따라왔다. 너무 쉽게 끝나는 거 같아서 내심 박령우 선수가 한점 내주기를 바랐는데 막상 한 점을 내니까 괜히 불안해졌다. 결과는 3대 1로 조성주선수가 이기긴 했지만 말이다.

올리베이라의 사인



하지만 진짜 이변은 세랄과 Oliveira의 대결이었다. 올리베이라선수는 현시점 중국 1등 테란이다. 세랄의 진짜 무서운 점은 화려한 컨트롤이나 지형지물을 이용한 창의적인 플레이보다는 완벽한 판 짜기와 심리전을 이용해서 '완벽'에 가까운 게임내용을 만들어낸다. 무결점에 가까운 선수라 생각되는 선수이기에 다전제에서 한판을 따내는 것 마저도 굉장히 힘들다. 실제로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결승까지 거의 무패로 올라올 수 있는 유일한 선수이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갑자기 올리베이라 선수가 2대 2를 맞추는 것이다! 세랄 선수의 GG가 나올 때마다 경기장 안의 희열은 정말 뜨거워졌다. 조성주선수의 입장에서도 세랄보다는 올리베이라선수와 테테전을 하는 것이 게임은 지루할지라도 우승가능성은 더 높아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세랄이 3대 2로 승리하게 된다. 


 
4강이 끝나고 이벤트 매치로 요즘 유행하는 스타 1 vs 스타 2 팀전대결이 있었다. 스타 2 물리엔진이라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항상 스타 2가 더 유리한 것 같다. 당연히 스타 2의 승리였다. 스칼렛선수도 같이 플레이했는데 엄청 옛날 GSL(한국 스타 2 대회)도 자주 참가했었고 유일무이 세계최고의 여자 프로게이머다. 옛날에 서지수선수도 있었지만 국제대회에서도 남자선수 상대로 호각을 보이는 여자프로게이머는 아마 스칼렛 한 명뿐일 것이다. 원래 스칼렛 선수는 사인회 리스트에 올라와있지 않았지만 게임이 끝나고 사인을 받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당연히 나도 하나 건졌다. 둘째 날 이후로 괜히 눈치 보지 말고 과감하게 다가가서 사인을 받아내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던 거 같다. 

스칼렛 선수의 사인


 
생각보다 싱겁게 끝나고 이제 결승매치만이 남아있었다. 사실상 난 '조성주 선수의 결승'을 보러 온 것이었기 때문이다. 조성주 선수가 이런 대회에서 결승을 못 올라간다는 것은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다. 팬심으로서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한국 미국 유럽 내로라하는 다른 선수들도 조성주 선수를 쉽게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부터는 스타 2 게임에 대한 깊은 이야기다. 
 
우선 1세트는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무난하게 졌다. 세랄 선수가 이길 때는 항상 같은 패턴이다. '상대가 공격을 가려고 할 때 찔러 넣는 견제'가 통하는 순간 이미 게임은 기운다. 저그라는 종족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토스전이든 테란전이든 결국 두 종족모두 '한방 병력'을 뭉쳐서 다니는 종족이기 때문에 본진에서 주 병력이 빠졌을 때 찔러 넣는 (인구수) 소수의 저글링들이 견제를 시작한다면 주병력은 얼마 못 가 돌아오거나 가더라도 이미 자원타격을 받기 때문에 후속병력의 부재로 게임을 끝내지 못한다. 
 
1. 병력이 돌아오는 순간 공격타이밍을 잃은 테란은 저그에게 주도권을 넘겨주게 되고 저그는 공격과 멀티 두 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테란은 저그가 멀티를 먹어도 혹시 모를 저그의 공격을 방어해야 하기 때문에 가만히 바라볼 수밖에 없다. 
2. 병력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심대한 자원타격을 입게 된다. 소수의 저글링이라 할지라도 테란의 탱크 1기 마린 1기 정도가 막을 수는 없다. 결국 일꾼을 동원해서 막아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공격도 제대로 되지 않고 후속병력도 찍히지 않아서 후속이 나오는 저그병력에 막히고 그대로 게임은 져있게 된다. 
 
가장 최상의 케이스는 저글링을 막을 병력을 놔두고 가던지 테란 친화적인 맵이 나와서 견제를 막기 쉬운 맵으로 플레이하는 방법 말고는 없다. 세랄은 항상 저글링과 오버로드를 돌려두어서 테란의 공격과 테크트리를 끊임없이 정찰하기 때문에 정찰을 끊임없이 끊어줘야 한다. 참 잘한다. 
 
2세트가 사실상 이번 결승의 승부처였다. 2세트에서 테란이 스캔으로 저그의 하이브를 가는 것을 봤기 때문에 당연히 세랄이 잘하는 살모사 운영을 대비하려고 바이킹을 뽑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직전 4강에서의 게임들을 모두 살모사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랄은 살모사를 가지 않고 바로 울트라를 뽑아서 밀어버렸다. 심리전을 제대로 성공시킨 것이다. 바이킹은 울트라를 상대로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조성주선수가 2세트를 내주면서 사실 그냥 '자연빵'을 선택한 거 같았다. 게임초반 빌드만 2 배럭이냐 원배럭 더블이냐 이런 것만 달랐고 색다른 전략이나 빌드를 볼 수는 없었다. 원래부터가 스타일이 상대 맞춤이나 전략보다는 순수 피지컬과 컨트롤로 게임을 이기는 스타일이다 보니까 순간순간 컨트롤과 순발력이 좋다할지라도 큰 그림을 잘 그리는 세랄에게는 잘 통하지가 않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랄의 우승장면


 
결국 결승은 4대 0으로 무참히 깨졌다. ESL은 이번 연도 2월에도 대회가 열렸는데 그때도 결승에서 세랄에게 4대 0으로 졌었다. 세랄이 잘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100프로 실력차이로 진 것인가라고 물으면 그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언젠가부터 대회는 테란과 저그가 독식하기 시작했고 우승자는 저그가 훨씬 많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패치노트를 보면 테란은 너프를 당하고 저그는 오히려 버프를 주는 이상한 패치를 하는 것이다. 프로토스 역시 눈에 띄는 패치는 없다. 저그가 할 수 있는 빌드와 심리전의 개수와 종류가 테란과 프로토스에 비교하면 훨씬 다양하다고 생각한다. 유닛들의 밸류도 게임후반이 갈수록 저그가 두 종족보다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세랄이 그 장점들을 굉장히 잘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드림핵 달라스 2024의 총평과 느낀 점은 다음글에서 하도록 하겠다.